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그린 실화 바탕의 영화.
감독은 최근에 '돈 룩 업'을 만든 애덤 맥케이
출연진도 화려하다. 크리스찬 베일, 스티브 카렐, 라이언 고슬링, 브래드 피트 등.
금융 사기(사기라고 부르는게 맞는지 모르겠지만)라는 어려운 주제를 가지고 이렇게 흥미진진한 영화로 만들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데드풀처럼 출연진들이 제 3의 벽을 깨고 관객과 대화하는 연출법이 보는 내내 이 영화에 집중력을 잃지 않게 만드는 하나의 장치 같았다.
처음 이 영화를 봐야지 하는 생각이 든 것은 크리스찬 베일이 자신의 오피스에서 반팔 반바지와 맨발로 무언가에 집중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미친놈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보는 사람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아 이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에 진짜 미쳐있구나. 부럽다. '몰입의 행복이란 저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lo-fi 음악과 이 영상을 접목하면 일할 때 틀어놓기에 딱 좋은 영상이다.
다른 사람들도 그랬겠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그리고 보고 난 후에도 드는 생각은 이것이다. '같은 역사가 반복될 것인가?'
이 질문은 즉, 은행과 금융권이 바보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서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우고 시장에 거품이 쌓이면 거품이 터지기 전에 자신들만 도망가고 그 피해를 일반인들의 세금과 고혈로 충당할 것인가 하는 물음이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거품이 걱정되는 것은 바로 AI이다. AI가 부동산처럼 생산성과 관련 없는 분야는 아니기에 똑같지는 않겠지만 tech 분야의 유사한 사례로 닷컴 버블도 있었기 때문에 AI라고 반드시 거품이 끼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AI 기술의 발전이 워낙 빠르고 새로운 것이기에 이번만은 다르겠지 하는 생각이 나도 들고 있다. 하지만 같은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막으려면 영화의 주인공처럼 끝까지 의심하고 데이터를 믿어야지 정부, 은행이나 금융권 장사치들의 말만 믿으면 안될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주인공이 라스베거스에서 거의 사기에 가까운 합성 CDO를 판매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눈 뒤, 그의 부도덕함에 토할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룰렛이나 하면서 '도덕성'을 찾아보려고 한다 라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저 인간보다 룰렛판이 차라리 더 도덕적이라는 의미 같았는데, 동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영화의 마지막에, 칠판 한켠에 최종 수익률을 적어놓고 오피스를 떠나는 모습은 진짜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왕의 모습이었다.
'일상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리뷰] 서브스턴스 (0) | 2025.02.25 |
---|---|
[영화 리뷰] 퇴마록 (0) | 2025.02.23 |
[영화 리뷰] 콰이어트 플레이스:첫째 날 (0) | 2025.02.01 |
[영화 리뷰] 퍼펙트 데이즈 (0) | 2025.01.06 |
[영화 리뷰] 전,란 (0) | 2024.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