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룩 백(★★★★★)

정보

  • 오시야마 키요타카
  • 2024. 9. 5.

줄거리

초등학교 4학년인 주인공 ‘후지노’는 학년 신문에 4컷 만화를 연재하며 언젠가 만화가가 될 꿈을 꾸는 소녀이다. 하지만 그녀의 꿈은 이미 프로급 실력을 보이는 동급생 히키코모리 ‘쿄모토’의 만화를 보고 산산히 깨어질 위기에 처한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쿄모토’가 자신의 만화의 열렬한 팬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둘은 함께 만화를 그리면서 성장하게 된다. 그러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둘의 인생은 큰 위기를 맞게 되며 영화는 마치 제목처럼 ‘룩 백’을 하게 된다.

감상평

제목과 그림체만 봐도 ‘아 이건 꼭 봐야하는 영화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안봤으면 크게 후회할 만한 작품이었다. 타임머신, 타임루프와 같이 시간을 다루는 영화도 좋아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알을 깨고 나오는 성장 스토리에 항상 큰 감동을 느끼는 나로서는 이 영화는 분명 인생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쿄모토’가 후지노를 만나기 위해 자신의 힘으로 방문을 열고 뛰쳐나오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은 데미안의 유명한 문장인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문장을 떠올리게 했다. 알을 깨고 나온 쿄모토가 너무 대견하고 감동적이어서 나도 모르게 이 장면에서 눈물이 흘렀다. 이 장면에서 눈물을 흘린 정도로 감동을 받은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항상 개인의 한계와 억압을 자신의 힘으로 극복해내는 영화의 장면에서 늘 큰 감동을 받아왔다. 사주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인생이란 늘 어려움을 극복해나가야 하는(전혀 소풍이라고 부를 수 없는..) 도전 과제처럼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러한 자신의 한계를 이겨내는 극기의 장면이 나올 때마다 감정 이입이 매우 잘 되는 것 같다.

또한 AI와 자동화로 인해 노동의 가치가 점점 소실되어가는 이 세태에서 두 소녀의 만화를 향한 순수한 노력과 열정은 결코 공산화해서 만들어낼 수 없는 것임을 느꼈다. 마치 장 폴 사르트의 철학처럼 인간이기에, 인간이 직접 펜으로 그린 만화이기에 흉내낼 수 없는 가치가 있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곤 나는 과연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나 자신 혹은 타인에게 큰 감동을 주는 그런 작품을 만들기 위한 노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여운으로 오래 남아있었다.